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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나의일상

퇴사 이후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유

기억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디데이를 새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오늘 퇴사한 지 71일째라고 네이버 디데이 계산기가 친절하게 알려준다. 맞다! 내가 한 번도 이직하지 않고 20년을 다닌 회사에 퇴사를 외친 지 71일이 됐고

두렵지 않을 수 없지만 앞으로의 시간들을 우울감이나 자책으로 자존감을 낮추는 것으로 채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블로그의 문이라도 두드려본다.

 

퇴사 이후 나의 시간은 육아와 집안일로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아이를 엄마가 케어해야 하는 특수한 이유가 생겼지만 아내로 엄마로 살아보고 싶었던 이유가 내가 육아와 집안일을

선택하고 퇴사한 큰 이유다.

어찌 두렵지 않았을까? 이 모든 커리어를 놓을 수 있느냐고 수십수백 번이나 자신에게 물었다.

답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임신을 하고 출산과 함께 출산휴가, 육아휴직 동안

난 나 자신에게 회사를 이제 미련 없이 놓으라고 이유를 만들어주고 있었고, 솔직히 많이 지쳐있었던 나에게

육아는 너무나 적당한 핑계였다.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유는 퇴사 이후 나 삶을 기록하고 싶고, 

새롭게 시작된 육아정보와 아직 부족한 나의 삶을 공유하고 나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엄마로 아내로 시간을 보내보니 블로그에 나의 삶을 기록하는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될 거 같아

설레고 기분이 좋다.

 

어렸을 때 일기를 쓰는 것이 습관 인적이 있어,  노랗게 바랜 일기장 여러 권을 가지고 있는데

가끔 청소하다가 발견한 일기장을 펼치고 읽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이런 글을 썼는지 슬쩍 미소 지을 때가

있어 청소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한참 읽은 적이 있다.

 

이 블로그에도 나의 소중한 아이와의 소중한 추억을 기록하고 싶다.

아이가 커서 소중한 추억을 들추며, 엄마가 퇴사하고 너를 선택했지만, 자책하지 않고 그 시간을

성실하고 기쁘게 보냈음을 함께 보고 흐뭇하게 함께 웃고 싶다.

 

육아가 만만치 않은 일이라, 육아휴직 동안 복직을 생각했던 적이 있어 결정을 못하고 미루고 있는데

팀장 전화가 왔었다. 복직 여부를 생각하고 알려달라는 거였는데, 그 연락을 받고 며칠을 잠을 못 자고

고민을 했었다. 그 사이 아이가 아파서 병원을 가는 일이 생겼고 지금도 계속 병원을 다니며 재활치료를 받고 있어

팀장에게 바로 퇴사 소식을 전했다.

 

그땐 아이가 아프다, 내가 회사를 가면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난 회사에 돌아갈 수 없다.

이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던 거 같다. 

물론 팀장이 강하게 잡아주길 원했지만, 팀장은 잠시 아쉬워하며 일주일 정도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아이가 아파 복직을 할 수 없으니 복직을 더 하고 싶은 건 사람이라 그런 건가?

그래도 큰 후회는 없다, 아이 옆에서 있다 보니 엄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고

내가 낳은 이 소중한 아이를 잘 기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블로그에 이런 나의 복잡한 감정들을 쏟아내고 싶다.

그런 공간이 되어주면 좋겠다.

어느 날은 음식으로 어느 날을 쇼핑으로 어느 날은 나의 아이와의 소중한 추억으로

어느 날은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공간으로 이 블로그를 채우고 싶다.

 

20년 동안 치열하게 회사생활을 했다.

후회가 없으면 좋겠지만,  그런 후회들을 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시간들은 내가 배운 삶의 지혜들로 채우면 되니 말이다.

 

나의 선택이다.

앞으로 내 삶의 시간이 완벽할 순 없지만 성실하게 채우며 살고 싶다.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들을 하고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